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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1/2] [박영택의 전시장 가는 길]회전목마

놀이공원이나 유원지 한쪽에는 으레 회전목마가 자리하고 있다. 붉은색 지붕 아래에 알전구들이 불을 밝히고 알록달록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된 목마가 위아래로 들썩이면서 돌아가는 모습은 어딘지 낭만적이다. 유년의 추억을 건드려주는가 하면 일상에서의 각박한 시간이 잠시 허물어지면서 그 틈으로 동화 같은 삶을 밀어넣고 싶은 것이다. 이제는 온갖 스릴 넘치는 기구들이 사람들의 비명을 독차지하고 있기에 회전목마를 찾는 이는 드물다. 그래도 가끔 덧없이 돌아가는 회전목마를 만날 때가 있으면 반갑다. 어쩌다 연인들이 회전목마를 타고 낄낄거리는 웃음소리를 조명 아래 흘려놓는 장면을 보노라면 연극 같은 인생에 추억 하나를 공유하고 싶다는 심정이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왜 회전목마는 쓸쓸하고 덧없는 삶을 연상시킬까?
2012.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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