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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 여정 Journey
2010.3.23~4.21
두아트 서울

바다에서 건진 물의 여정 물의 도시에서 온갖 상념들이 에너지로 바뀌어 물을 그리고 화면에 목탄으로 드리운다. 16번지에서 치뤄지는 권혁의 개인전 제목은 여정(旅情)이다. 레지던시 프로그램(2007)에 참여하기 위해 베니스에 몇 개월간 머물며 물의 여정을 그렸다. 매일 물을 접하며 물에 대한 존재와 중요성에 대한 흥미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특히, 물위를 지나는 배들은 자가용이자 버스이며 쓰레기를 이동하는 등 우리 도시의 길처럼 일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들의 일상적 모습이 작가에게는 생소함으로 다가왔고 물을 그리는 내내 자신의 눈 속으로 관념 속으로 들어왔으며, 마침내 관념은 에너지의 형태로 나타나 그 흐름으로 물이 사람이 되고 동물이 되며 산과 바람이 된다. 물, 사람, 동물, 산, 바람이 개개(箇箇)가 아닌 하나로써 존재함을 깨닫는 순간을 작가는 목격한 것이다. 45억 년 전 지구 생성 당시, 먼지 알갱이에 물방울이 맺혔고, 그것이 현재 바다(물)의 기원일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지구를 형성한 수십조의 먼지 알갱이에 붙어 있던 물은 작가의 창작 시발점인 점(點)과 같다. 그 점은 한 땀 한 땀 실이 엮어가는 구멍의 한 점이며, 그 점들이 이어지며 연결되는 과정에서 각자의 여정을 찾아간다. 그 구멍을 엮는 실은 작가에게 우연이지만 필연적인 관계로 존재한다. 꽤 오랫동안 스티치작업(글자, 기하하적 이미지 등)을 완성해온 작가의 입장에서 주어진 물의 풍경은 단색과 다색을 오가며 스티치로 한다는 것이 또 하나의 신선함이었다. 붓으로 물결을 그린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듯 스티치로 물결을 그린다는 것은 일반 작가들은 상상하기 힘든 작업이다. 바늘이 붓이 되고 색색의 실들이 물감이 되어 그림을 그리듯 자유자재로 빠르게 그려나간다. 실이란 매체는 작가작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단지 실을 이용해 실용적, 장식적으로 쓰여 지는 일반적인 기법의 통상적 개념을 넘어서 보이지 않는 형상의 상징과 은유를 통하여 작업에서 나타내고자 한다. 2005년부터 주 작업형태인 ‘움직이다’, ‘나누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오면서 개념성과 공공성을 지향해온 작업을 잠시 뒤로한 채, 보다 감각적이고 감성적인 언어를 보여준다는 측면에서, 세상 두렵고 망설일게 없는 정점에 선 그는 그간 제도 공간에서 행해지는 미술보다 그토록 꿈꿔 왔던 氣의 근원적 물음에 답하는, 어쩌면 가장 원초적인 감성을 건드리는 작업을 행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생소하게 느껴졌던 그림 속에 기의 흐름을 담고자 했던 작가의 생각을 필자가 인식의 전환을 하는 순간 물 위를 여정하듯 마음껏 상상했다. 사람과 동물은 작가의 잔영(殘影)물로서 물과 바람과의 관계 맺기를 하며, 배는 작가 자신도 모르게 이 경계에 놓여진다. 보이지 않다가 이내 다른 곳에 와서 또 관찰하다 물을 이끌고 어디론가 경계의 끝으로 간다. 그러다 다시 두 개로 나눠져 물결의 파동을 일으킨 후 사라지다 다시 여러 개로 나눠져 시점을 분산시킨다. 그러고 보니 바라보는 주체적 관점에 따라 달라진다. 즉 작가가 의식하지 못했던 바다의, 물의 경계를 이어가며 여러 시점을 모이게 하거나 분산시키는 또는 확장시키는 역할을 한다. 1시점에서 2시점, 3시점으로 점점 확산해나가며 그 경계를 넘어서면 모든 시공간을 넘나들게 된다. 이러한 작은 화면에서 소실점과 원근법을 넘어 다시점(多時點)으로 향한 과정을 작가는 에너지 풍경이라는 관점에서 시도하고 변화해가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에너지의 풍경은 이론적인 사고로는 접근하기 힘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모든 만물과 칠정(七情)이 섞여 그 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기의 존재를 느꼈으면 한다. 사유의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작가의 행보는 보이지 않는 기의 관조자로서 출발하여 공간과 사물을 통제하고 조율하는 조력자로서 기능한다. 시간과 공간에 따라서 변화된 풍경을 바라보며 계속 그려나가는 그로서는 이제 몸으로 산책하고, 경험하고, 기억하는 체질로서 바꾸어가는 직관의 세계로 이동함을 직시하게 될 것이다. 작가는 베니스의 바다를 보며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적 삶의 괴리감을 느꼈다고 본다. 하루살이의 인생과 같은 점들(물에 비유)이 순간 모여졌다 흩어졌다 하면서 인생의 덧없음을 노래하는, 반면 삶을 역설하는 예술가적 시선을 그 바다에 은유 한다. 이제 시작에 들어섰다. 점을 통해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관점이라면 거침없이 저돌적인 에너지를 맘껏 보여줬으면 한다. ‘에너지의 풍경’이 그 신호탄이다. 이관훈 (큐레이터, Project Space 사루비아다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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