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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선 THE IMAGINARY LINE
2009.10.7~11.15
두아트 서울

기획 두아트 갤러리현대

가상선의 법칙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재현매체들로 인하여 이제 VTR을 활용한 비디오아트는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으로 옮겨져야 할 상황처럼 느껴진다. 첨단의 미디어를 다루는 예술가들은 새로운 하드웨어를 섭렵하는 과정에서 또 다시 업그레이드 되거나 새롭게 발명된 구현방식에 적응하기 위하여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십여년간 물리적인 방식의 상호작용이 가능한 매체들의 발전으로 이를 응용한 작업들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특히 전자신호에 의한 인터렉티브아트는 감상자의 작용에 반작용하는 구현방식으로 현학적인 상호작용이 최고의 메카니즘으로 인정받아 온 미술의 세계에 일대 지각변동을 예고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는 과학박람회를 연상시키는 화려한 테크놀러지에 의해 작품의 의미전달이 반감되는 문제를 수반하였고 결과적으로 테크놀러지아트가 풀어야 할 전반적인 과제가 되었다. 현재 한국현대미술의 미디어아트 분야에서 최전선의 선두에 선 작가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가상선이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주제로 기획되었다. 가상선은 원래 영상촬영기법에서 활용되는 단어로 모든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카메라의 촬영 위치를 고려해서 콘티(촬영대본)위에 설정한 선으로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선을 의미한다. 이 가상선의 법칙은 시청자에게 혼란을 주지 않도록 축구경기를 전후반 내내 한쪽에서만 중계하는 것과 같이 위치와 움직임, 시선을 일치시키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법칙의 의미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에 설치된 작품들은 최근 2년간 국내외에 선보인 참여 작가들의 대표적인 구작(전반전)들과 신작(후반전)들로 구성되어 전시의 주제인 가상선을 시각화하는 방식으로 설치되었다. 이미 발표된 구작을 다시 전시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해외에서 호평 받은 작품들이 제작과 설치의 제약으로 국내에 미발표된 아쉬움과 국내에서 발표된 작품들은 새로운 설치환경에서 재구성하여 작품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함이다. 2008년 도쿄의 스카이더베스하우스에서 발표된 최우람의 작품은 국내외의 여러 매체에 소개되어 많은 호응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실현되지 못하여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같은 해 서울의 아라리오갤러리에서 소개된 진기종의 작품은 본래의 설치방식과 달리 작품이 의미하는 공간을 재해석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미디어아트의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이 짜임새 있는 구조로 전반부를 장식했던 작품들을 또 다른 각도에서 해석하여 연속된 시점으로 후반부를 연결하고자 하였다. 오늘의 상황을 예견하였는지 문경원의 작품에서 다시 부활한 숭례문은 무수한 점들로 해체와 구축을 반복하고 있으며 오용석이 수집하는 공간들은 낯익은 영화의 배경화면과 교차되어 가상의 기억공간으로 재현되었다. 삶의 바탕화면을 가득 채운 이용백의 폴더는 동양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부활을 저장하고 있다. 실제와 허구를 음모론에 대입하여 해학적으로 접근한 진기종의 알자지라와 CNN, 강력한 신앙심을 주제로 사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보이지 않는 거대한 힘의 관계로 풀어낸 박준범은 보이지 않는 가상의 존재론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한 장의 지폐 속 이미지공간을 매개로 이데올로기의 거대담론을 이끌어낸 전준호와 기계생명체로 탄생된 최우람의 작품은 단편적인 차원의 모방을 넘어서 새로운 차원의 연결을 유도하고 있다. 최근 한국의 미디어아트는 최고도의 테크닉과 탄탄한 구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미디어아티스트들에게 지난 전반부는 기술의 진화에 적응하여야 하는 과도기적 시간이었다. 이번 ‘가상선’으로 연결된 작가들은 미디어아트의 상호작용에 대한 근원적 난제를 각기 다른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였지만 동일한 시점에 놓인 가상선의 법칙으로 차세대 한국 미디어아트의 후반부를 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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