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hibitions 리스트보기 슬라이드보기 Current Upcoming Past

  • Pi
  • Self Portrait
  • 7.2 cm π
  • The Alaemma
  • 물놀이 3
  • 비원
  • 결석한 수학여행
  • 차 (茶)

김차섭 | 김명희
2012.6.21~7.13
강남

갤러리현대 강남에서는 6월 21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국 리얼리즘 회화를 재조명하는 2개의 개인전, 중견 작가 김차섭, 김명희의 개인전을 동시에 개최한다. 김차섭 작가와 김명희 작가는 부부로,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작품 세계를 가진 작가가 각자의 개인전을 동일한 기간에 한 공간에서 선보인다는 점이 흥미롭다.

작가 김차섭과 김명희는 35여 년 간의 세월 동안 부부로 생활했지만 각자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 해왔다. 부부의 상이한 작품 세계가 공존하는 장소는 강원도 춘천의 한 폐교이다. 두 작가는 1990년부터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이곳을 생활공간 겸 작업실로 쓰고 있다. 과거에 교실로 쓰였으나 이제는 그 기능을 잃은 한 공간을 나누어 김차섭 작가는 인간의 지혜로 풀리지 않는 세계의 신비를 탐구하는 작업을, 김명희 작가는 한 곳에 정착하지 못했던 유년 시절 그리워했던 일상적 추억을 상상하여 표현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이는 김차섭 작가의 작품 주제는 크게 두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인간 문명을 넘어선 초월적 세계에 대한 탐구와 서구 중심적 시각에 대한 비판이다. 신작 는 물에 침식되어 저마다의 모양을 지닌 둥근 자갈을 극사실주의로 표현했다. 작가는 이 자갈의 둘레가 마치 파이 (π) 라는 무한수와 같이 인간의 수학적 도구로는 절대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신비로운 존재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고 제목을 붙였다. 1993년부터 시작한 ‘역지도화’ 작업은 지도를 거꾸로 표현함으로써 동남아시아 문명의 가치를 제시했다. 예부터 풍부하고 따뜻한 환경의 상징인 남향이 중요하게 여겨졌듯이 작가의 메시지는 서구 중심적 세계관을 뒤집는 동시에 한민족의 자긍심을 표현한다.

김명희 작가는 1990년부터 강원도 춘천 폐교에 둥지를 틀며 버려진 칠판 위에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김명희 작가는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세계를 떠돌아다닌 유년기, 76년 김차섭과 결혼하며 미국에 살게 된 삶을 작품에 반영하여 ‘뿌리뽑힘(Dislocation)’이라는 주제로 지속적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작가는 2005년을 기점으로 세계관에 큰 변화를 맞이한다. 이전 작품에서는 상실감을 주된 정서로 표현했다면 2005년 이후 근작에서는 그러한 유목적 생활이 오히려 삶에 역동성을 불어넣는 긴장감이라는 새로운 인식이 생겼고 그러한 작가 세계관의 변화가 작품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림이 그려진 칠판 작품 <분수놀이>에는 자신의 상상 속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순간을 구현하기 위해 양 옆에 스크린을 설치하여 분수의 움직임을 담은 영상을 설치했다. 이처럼 독특한 작업을 통해 마치 과거 추억 속 한 장면에 현재에 살아나는 듯한 효과를 전달한다.

김차섭, 김명희 작가의 작품 세계는 서로 극명하게 달라, 그들이 부부로서 함께 한 25여 년간의 세월과는 별개로, 서로의 작품은 비교 불가능하다. 그들의 작품은 두 명의 성숙한 개인이자 작가들이 만들어 낸 결과이며, 사과와 오렌지를 비교할 수는 없는 것처럼 이들의 작품도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해있다. 김차섭의 작품 속의 에너지는 전기의 흐름과도 같으며, 하나의 작품은 그 전 작품에서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기에 그의 작품들은 긴밀히 연결된다. 반면 김명희의 작품 속 에너지는 연쇄 작용을 이루기 보다는 평행을 이루고 있다. 결국 이 작가들은 서로 다른 동력원을 통해 그들의 작품에서 같은 양의 빛을 발하고 있다.

- Paul Chaleff (Professor of Art. Hofstra University), 중에서

김차섭의 작품세계

전시의 주제는 자연과 나와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으며 이는 작가가 앞으로 할 작업 방향과 일치한다. 작가는 인간이 현재까지 구축한 지식으로는 밝힐 수 없는 부분을 의미하는 라쿠나 (Lacuna)를 탐구하고자 한다. 작가는 라쿠나에 머물며 파이와 같은 풀리지 않은 신비에 대해 탐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다. 그리고 <아날렘마 (Analemma)> 작품은 태양의 움직임을 매일 똑같은 장소와 시간과 각도로 기록하여 각각의 위치를 선으로 이어서 생긴 8자 모양의 자취를 표현한 것이다. 작품 <7.2cm π>에서 한 손에는 야구공을, 다른 손엔 ‘마상배’라 하는 스키타이의 문명에서 유래된 잔을 들고 있다. 염소의 뿔로 만들어졌다고 알려진 마상배의 지름은 야구공의 지름과 같은 7.2cm π 이다. 수학적 메타포인 파이, 천문학적 메타포인 아날렘마에 도달하여 수학적 신비로움을 탐구한다. 작가는 염소 뿔로 만든 각배를 거꾸로 된 지도 정 중앙에 한반도와 함께 위치시킴으로써 문명의 근원으로서의 스키타이와 그 문화적 정체성을 강조한다. 작가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움을 가지고 ‘역지도화’를 통해 문명 비판적인 시선을 보인다. 또한 그가 캔버스로 옮겨놓은 자연의 풍광은 문명이 복제할 수 없는 자연의 신비와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김명희의 작품세계

작가 김명희는 강원도 춘천의 폐교에서 교육의 도구로서의 제 기능을 상실한 칠판 위에 오일 파스텔로 일상 생활의 그림을 그린다. 김차섭과 결혼 후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미국에서 의상실을 운영하고, 기자로 일하면서 연필, 목탄으로 작업을 이어왔다. 작가는 강원도 춘천의 작업실에서 차를 따르는 여인의 모습이나 곤충채집을 하는 소년의 모습을 그린 칠판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칠판 안에 창 밖의 풍경이 스크린으로 움직임을 갖게 되고 곤충채집한 소년의 손에 있는 채집통 안엔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표현했다. 작가는 1999년 원화랑에서의 전시가 뿌리뽑힘(Dislocation)으로 인한 상실감을 주제로 한 작업이 전시 되었다면, 2003년 갤러리현대에서의 전시는 이로 인한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2012년 이번 전시에서는 상실감에서 역동성으로 발전한 뿌리뽑힘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하나의 조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담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러한 깨달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페이스북공유하기 트위터공유하기 구글공유하기 Pin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