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균: 소되된 인간
2009.4.16~5.10
신관
갤러리현대(대표 도형태 서울 종로구 사간동 80번지)는 4월, [오치균 - 소외된 인간]전을 준비했다. [오치균 – 소외된 인간]전은 작가의 1980년대 미국 유학시절부터 그리기 시작한 ‘인체’ 시리즈 작품이 대거 선보여진다.
유학시절 당시 소통과 단절, 인간에 대한 불신과 미움으로 “벌거벗은 자신이라도 그리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절박감으로” 그림을 그렸던 작가 오치균은 세상과 소통이 단절된 힘겨운 순간들을 캔버스를 통해 쏟아붓고 또 토해냈다. 1986년부터 1995년까지 작가 본인의 누드화, 딸아이와 아내, 어머니 등 가족을 주제로 그려낸 인물화 등 작품 40여점이 지하부터 2층까지 전시장 3개층을 가득 메운다.
화려하지만 황량한 메트로폴리탄 뉴욕과 서울, 검은 사북의 아름다운 사계, 강렬한 태양의 산타페 등 눈과 마음을 깊게 사로잡는 풍경 작품으로 유명한 그이기에 그동안 거의 공개되지 않았던 초기시절의 인체 시리즈를 주제로 한 전시는 더욱 특별하다. 작가는 집요하리만큼 자신의 신체를 치열하고 처절하게 표현하며, 주체할 수 없는 내면의 욕구를 과장과 왜곡으로 표출해냈다. 투박하고 강렬한 느낌을 전하는 ‘인체’시리즈는 현재 오치균의 작품세계가 이루어진 과정과 면면을 보다 깊이있게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작가에게 유학시절은 외로움, 가족에 대한 책임감, 경제적 어려움, 낯선 환경에 대한 공포 그리고 인간관계에의 회의 등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전한다. 잠을 자고 숨을 쉬는 일이 버거울 정도로 심히 세상과의 단절을 경험했던 이 시기에 작가는 오히려 더 처절하게 세상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자신만의 세계로 빠져든다. 자신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일은 그저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기에 그림에 파고들었고, 이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가 된다.
그저 누가 알아주던 그렇지 않던 그림에만 골몰하는 것이 할 수 있는 바의 다라 말하는 작가 오치균에게 보통 사람처럼 세상과 소통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그는 자신의 외로움을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그림을 통해 쏟아내고 걸러냈다. 소통의 단절을 느낀 시기의 작품을 통해 작가가 뿜어내는 어느 언어보다 강한 소통의 기운을 느껴보기를 바란다.